제목인 <사씨남정기>는 ‘사씨가 남쪽 지방을 떠돌게 된 이야기’라는 의미다. 재상 유연수와 본처 사정옥(사씨), 첩 교채란(교씨) 간의 애정과 갈등, 반목과 화해를 통해 권선징악의 전형을 보여준다. 서포 김만중이 숙종 때 쓴 한글소설로 등장인물은 각각 숙종과 인현왕후, 장희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김만중은 소설 속 배경을 의도적으로 조선이 아닌 중국으로 설정하고, 유교 사회를 기반으로 하되 불교적 요소를 곳곳에 가미하여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주인공이 고난을 극복하게 되는 매개체로 ‘꿈’이 종종 등장하고, 인물 간의 만남이나 문제의 해결이 반복되는 우연에 기인하는 등 다소 견고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빠른 전개로 인해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한문 중심 사회에서 한글로, 양반이 즐기던 시나 산문이 아닌 소설로 최고 권력자인 임금의 잘못을 지적했다는 점은 김만중의 우국충정과 용기를 엿보게 한다. 수업 시간에 요약본으로만 만났던 소설의 전문을 통해 교훈과 재미, 통쾌함, 이야기의 맛을 느껴보기를 권한다.